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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인생/BOSTON

아내가 먼저 한국으로 떠난 날

by 코장군 2022. 9. 13.

미국시간 12월 6일 오전 5시 AA비행기로 아내가 한국으로 떠났다.

떠나는 아내를 환송할 겸 제노가 우리를 집으로 초대했다. 미궬의 집을 나서는데 떠나는 아내를 붙잡는 듯 하늘이 화창하게 예쁘다. 미궬의 집을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찍었다.

제노의 집에서 도착해서도 가족 사진을 찍었다.

면도를 하지 않은 내가 산적 같긴 했지만, 2014년 결혼 전에 촬영을 했던 바로 그 자리에서 우리의 2세와의 사진을 남겼다.

2014.7 동일한 장소에서 찍었던 웨딩 사진

 

 

 
2021.12 딸과 함께 다시 찍은 가족사진

 


 

아내는 현지 마트에서 산 닭고기와 한국에서 가져간 양념을 버무려 요리를 했다. 제노는 손사래를 치며 본인이 요리 하겠다고 했지만 이번만은 아내가 이겼다. 아내는 닭볶음탕과 찜닭을 하고, 난 감자전과 김치전을 만들었다.

 

나는 이마트에서 파는 반죽 믹스를 섞어서 기름에 구운 게 전부였지만 역시나 맛있었다. 한쿡 만세. CJ 만세.

 

내의 요리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언제나 100% 맛있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미국 닭고기를 써서 만들었지만 역시나 맛있다. 함께 식사를 한 홈스테이 학생들도 '와와! 베리 굿' 감탄사가 나온다. 한국은 물론 일본, 사우디 출신까지도.


제노의 집에는 지금 3명의 학생들이 홈스테이를 하고 있다. 한국.일본.사우디아라비아. 모두 이십대 초반의 젊은 대학생들이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옛날 생각도 나고,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 이 집엔 항상 다양한 국적이 존재해 왔다. 마틴은 페루, 제노는 레바논 출신에서 왔으며, 수헤이리는 도미니칸 공화국, 로이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레바논에서 컸다. 게다가 이 집에 지내는 학생들의 국적도 매번 다르다. 사우디,브라질,일본,한국,독일,프랑스,멕시코... 셀 수도 없다. 그러니 이 공간에서는 언제나 다른 문화가 공존한다.

 
바로 이 테이블에서 다양한 문화들이 표출되고 뒤섞이고 나눠진다

 

 

식사를 하고 있으니 수헤이리가 세바스찬과 빅토리아를 데리고 왔다. 양손에는 선물이 한가득이다. 아내는 돌아간다고 그렇다치고 나와 내 딸 선물은 또 왜 있단 말인가... 선물이 인당 하나가 아니다. 나는 와인와 초콜렛, 내 딸은 장난감과 신발, 아내는 화장품과 지갑 목돌이까지...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하고 이 곳의 선물 문화는 역시 또 다르다 싶다.

 

 
아이들은 며칠만에 만났는데도 서로 반가워서 뛰고 구르고 신이 났다.

 

다온이와 빅토리아가 노는 걸 보고 다시금 느꼈다.

Language is not necessary to be a friend.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고 늦은 밤이 되서야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우린 딸을 재워놓고 새벽 2시쯤 공항으로 떠났다. 제노와 로이는 집 대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아내를 배웅해줬다.

아. 이제 가면 또 언제 다시 만나게 될까.

 

한국으로 돌아가면 아내에게 자가격리가 기다리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해 불과 며칠 전 새로 발표된 해외입국자 격리 지침 때문이다. 나야 어차피 나올때 격리를 각오하고 나왔지만 아내 입장에선 멘붕이 올 법도 하다. 언제나 그렇듯 슬기롭게 잘 대처할 거라 믿는다.

 

우린 쿨하게 헤어지...... 긴 개뿔. 주저리 주저리 미국에서 있었던 이야기, 앞으로 지낼 이야기 등 '오랜만에' 단 둘만의 대화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3시반이 넘어서야 헤어졌다. (참고로, Logan 국제 공항의 주차비는 1시간까지는 8불로 저렴(?) 하나 1시간~2시간 구간부터 21불로 폭증한다)

프로 출장러 답게 언제나 여유있는 모습.

이번 여행은 나와 내 딸에게도 하나의 도전이지만, 나와 내 아내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실제로 2011년 9월 첫 연애를 시작한 우리는 2012년 2월 내가 베이징 교환학생으로 있었던 6개월을 제외하곤 10년 동안 이렇게 오랜 시간을 떨어져서 보내본 적이 없다. 심지어 당시에도 대학생이었던 아내는 나를 보러 베이징에 두 번이나 왔다.....

미국에서 보내는 한 달간의 시간이 우리 가족의 앞으로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다가올 2022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아내가 떠나는 아쉬움 + 나홀로육아에 대한 약간의 걱정, 두려움 등 복잡한 감정에... 다가올 내년에 대한 기대감을 보태며 새벽 4시 무렵 공항에서 나왔다.

 

 

-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