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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인생/BOSTON

딸과 함께 미국 보스턴까지 가는 하늘길

by 코장군 2022. 9. 5.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에 탔다. 나름 신경써서 발권했지만 그래도 기나긴 여정이다.

특히 인생 최대 비행거리가 서울 ⇔ 오키나와 였던 다온이에겐 그랬을 것이다.

한국 출발 (6:35 PM) --12시간 비행 - -→ 달라스 착륙 --3시간반 비행 - -→ 보스턴 도착(10:17 PM)

 

 
출발 직전 기내사진

공항에서 짐 끌고 오느라 고단했는지 딸은 이륙 직후 기절해 버렸다.

기내식 두 번, 간식 한번이 나왔다.

내가 이번 비행에서 약간 놀란 건 AA가 생각보다(?) 괜찮다는 거다. 어차피 대한항공 급의 (좀 과한) 스튜어디스 친절은 기대치도 안했고, 의외로(?) 밥이 맛있어서 좀 놀랐다. '배가 고파서 그런가' 잠시 의심했지만, 그래도 미국 국적기인데, 고추장 참기름,김치까지 소소하게 다 챙겨주고 음식 맛도 괜찮았다. 아내도 왠만해선 음식 칭찬 잘 안하는데 본인도 괜찮다고 칭찬했다.

 

또한 발권은 익스피디아로 했지만 구매후, AA앱을 깔고 이용했는데 체크인과 그 이후 과정에서 (코로나로 복잡한 과정들이 추가되었음에도) 굉장히 편리했다. 체크인과 동시에 애플 지갑으로 표 쏴주는거 진짜 최고로 편했다. 요 근래 코로나로 인해 국제선 비행기를 오랜만에 타서 괜히 호들갑일수도 있지만 칭찬하고 싶을 만큼 좋았다.


12시간 비행 끝에 달라스에 내리니. 저녁 네 시 무렵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쭉 걸어나가니 미국 입국 심사대가 나왔다. 최근에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 입국 할 때, 질문도 많고 오래 걸리더라는 카더라 정보를 몇 번 주워 들은게 있어서 환승 타이밍(1시간55분)이 빡빡해 지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런건 없었다. 하지만 우린 비행기 뒷좌석이라 줄은 30분 넘게 서야 했다.

언제나 느끼지만 줄 서는건 운이 많이 작용한다. 우리가 원래 섰던 줄은 갑자기 심사직원이 일생겨서 가서 CLOSED. 옆 줄로 옮겨서 한참을 기다렸는데, 막상 심사는 한번 더 옆 줄에서 받았다.

한국 아줌마가 영어를 너무 못 알아들어서 미국직원이 ‘옆라인’에 있던 울 마누라를 보며 대신 통역 좀 해달라고 했고, 아내가 그걸 마치니 그냥 아내까지 바로 진행하자고 했다. 그 라인에는 아줌마들만 많아서 희망이 없어 보였나 보다.

 

우리 가족은 어차피 한셋트라서 세 명이 동시에 가서 심사를 받았는데, 아내 얼굴보고 최근에 머리 짤랐냐는 둥. 자기 와이프도 최근에 짤랐는데 괜찮다고 말해줬다는 둥. 시덥잖은 대화만 나누다가 끝났다. 어디로 왔냐, 누구한테 가냐, 언제 돌아가냐 뭐 이런 질문은 일절 없었다. 그냥 사람마다 복불복인거 같다.

 


입국심사를 마치면 나와서 짐을 찾아야 한다. 짐을 찾고 나가서 조금만 걷다보면 Connecting flight 안내 표시가 있고, 그 쪽으로 가면 짐을 다시 보내는 Bag recheck_컨베이어 벨트가 있다. 공항 직원 한명이 짐 드는 걸 도와준다(한국 스러운 친절 이런건 바라면 안된다) 거기 트렁크를 두고 나서 환승하는 터미널로 가면 된다.

달라스 공항을 경유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Skylink를 타봤을 거다. 경전철 같은건데 어머어마 하게 큰 공항의 각각 터미널을 이어준다. 배차 간격이 매우 짧아서 놓쳐도 다음 차가 금방온다. 우린 D터미널에 착륙해서 보스턴행 비행기가 이륙하는 C터미널로 이동했다.

C터미널에서 ‘다시 짐검사’를 받고 공항 내부로 들어갔다. 어린 딸이 지쳐가는게 눈에 보였다. 카트에 태워가며 안아서 들어가며 딸을 데리고 탑승 게이트 까지 이동했다.

도착하자 마자 고생한 딸에게는 아내가 우유와 간식을 주고, 최고의 선물인 옥토넛을 틀어줬다. 살짝 징징대려던 다온이가 활짝 웃으며 만화 삼매경에 빠졌다. '그래. 너도 이 정도는 즐길만한 자격이 있다' 12시간 비행하고 와서 또 환승한다고 주구장창 걷게 했으니...

그리고 난 참았던(?) 화장실에 다녀오는 길에 스벅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아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디카페인 소이라떼를 그란데 사이즈로 시켰다. 10년 전에 미국에서 스벅가면 이름을 꼭 매직으로 컵에 적어서 줬던 기억이 나는데 미국 스벅도 그 사이에 많이 진화했는지 이름을 대충듣고 입력해서 스티커로 붙여줬다.

 


 

달라스에서 보스턴으로 가는 비행기는 1시간 딜레이 돼 6시 40분에야 이륙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비행시간은 1시간이 아닌 1시간 18분으로 늘어났다. 아...어쩐지 모든게 순조롭다고 했다.

도착시간이 10:17 → 11:35로 밀렸다
 
 

게다가 좌석이 얼마 안남아서 우리 가족의 자리가 다 떨어져 앉아야 했다. 아내는 31열에 혼자 앉았고, 나와 다온이는 같은 19열이지만, ‘중간에 통로를 두고’ 19C와 19D 자리였다. 결과적으로 내가 다온이 옆좌석에 앉으려는 미국 노인에게 부탁해 자리를 바꿨지만, 그 할아버지가 오기 전까지 불안, 초조해 하던 다온이의 표정을 잊을수가 없다. 다행히 인자하게 생긴 할아버지의 배려 덕분에 난 다온이 옆에서 3시간 넘게 있을수 있었다.

 


 

국내선에는 스크린이 없었다. 내심 다온이가 잠들길 바랬으나, 그녀는 잠들 생각이 없어 보였고 계속 옥토넛을 보여달라고 떼를 썼다. 어두운 기내에서 만화만 주구장창 틀어주고 싶지 않았다. 난 이번 미국행 비행기에서 처음으로 다온이 가방에 있는 스케치북을 꺼냈다. 스케치북와 색연필만 있어도 꽤 오랫동안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나는 다온이가 원하는 것을 그려줬고, 다온이는 본인이 원하는 색깔로 그 안을 채웠다. 하트, 꽃 등이었다. 엄마한테 보낼 그림 편지도 만들었다. 그 잠시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엄마가 없어서 불안했을 거다.

색칠놀이 이후에는 "나는요 나는요 무엇일까요" 놀이를 했다 (스무고개 놀이랑 같다) 나는 토끼, 스케치북, 우유를 문제로 냈고, 다온이는 '(먹는) 김'을 문제로 냈다. 불과 몇달전(7월)에 처음으로 알려줬을 때보다 질문도 다양해졌고, 스스로 상상해서 문제를 내는 능력도 생긴 거 같아서 기특했다.

 

마지막으로 가방에 있던 펭귄, 토끼 인형으로 밑도 끝도 없는 인형놀이를 주구장창 하다보니까 마침내!!! 보스턴에 도착했다. 오 갓! 감사합니다 !!! 사실 인형놀이 할때는 나도 살짝 힘들어서.. 요령을 피웠다. (펭귄이 잠시 어디 간다던지.. 헛소리를 한다던지.. 옆자리 미국남자랑 친해져서 잡담을 한다던지...다온아 미안해.)

 

드디어 비행기에서 내려서 엄마와 다시 상봉했다. 보스턴은 가늘게 비가 내리고 있었고 기내에서 나올때 살짝 느꺼지는 공기도 매우 차가웠다. 입구에서 옷차림을 단단히 하고 드디어 나간다.

 

보스턴아, 내가 다시 돌아왔다. 가족과 함께.

드디어 7년만에 도착했다. 보스턴 레이건 국제공항

 

 

-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