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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인생/BOSTON

미국 한달 살기를 며칠 앞두고 (여행을 코 앞에 두고서 ...)

by 코장군 2022. 9. 5.

출국 날짜가 다가오자 갑자기 얼큰하고 뜨끈한 국물이 당겼다. 이틀 연속' 해장국을 먹었다 했다. 하루는 뼈해장국, 하루는 선지 해장국.

 

20대 때 미국 보스턴과 중국 베이징에서 반년 씩 생활해 본 나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이제 나가면 이 얼큰한 맛이 금방 그리워질 거라는걸. 한인타운에 비싸게 사 먹어도 이 맛이 아닐 거라는걸. 오늘따라 마늘종과 고추도, 중국산 김치마저도 너무 맛있다.

 

해장국을 먹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와! 이렇게까지 아쉬울 거면서 굳이 돈, 시간 써 가면서 타지에 고생하러 가는 심리란 과연 뭘까?

 

당연히 타지에서의 생활은 덜 익숙하고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동반한다. 그게 외로움이든 두려움이든, 때론 귀찮음 이든. 해외에선 우리가 평소 본능적으로 피하는 감정들이 막 뒤섞여서 우리를 집어 삼키기도 한다. 2011년 1월 보스턴에서, 2012년 6월 베이징에서 내가 그랬었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은 이 후 내 삶에 긍정적 변화를 줬다. 해외에서 나는 평소 한국에서와는 다른 규칙과 삶의 속도에 맞춰나가야 했고, 그곳 사람들의 삶에 스며 들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깨닫고, 변화하고, 진화했다. 그리고 이런 경험들이 한국에 돌아온 이후의 ‘선택’에 많은 영향을 줬다.

 

난 삶을 여러 개의 점들을 찍어가는 과정으로 비유하는 걸 좋아한다. 인생에서 내가 하는 결정과 행동들은 순간순간 점을 찍는 것이고, 그 점과 점이 이어지면서 내 인생의 방향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내가 10년 전에 보스턴에서 찍은 점은 나를 베이징으로 페루로 이끌었을 뿐 아니라 내 아내를 만날 수 있게 해줬고, 나를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줬다.

 

그래서 난 2010년 이후의 내 삶의 궤적을 좋아한다. 남과 비교가 아니라 그 이전의 내 삶과 비교해서.

 


해장국을 먹다가 친한 친구한데 카톡을 보냈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공유했다. 다행히 이 녀석은 내 말에 공감해 주는 것 같다.

 

이 연재의 첫 글에서 밝혔지만, 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 도전의 타이틀이 뭔지도 모른 채.

일단 새로운 점을 찍으러 간다. 이번엔 나 혼자가 아닌 내 딸과 함께다.

 

 

-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