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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인생/BOSTON

미국 출국 준비와 아빠로서의 마음가짐

by 코장군 2022. 9. 5.

그토록 바라던 미국 여행이 가시화 됐다. 하지만 출국일이 다가올 수록 설렘과 기쁨보다는 아이러니하게도 불안감이 뭉게뭉게 커져왔다. 밤마다 걱정들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내가 괜히 오바해서 딸 고생만 시키는거 아닐까. 딸 없이 한달 살게 될 아내는 외롭진 않을까.

미국 친구들은 우리가 한달이나 지내서 되려 부담스럽진 않을까.

다온이가 가서 아프면 어떡하지.

 

원래 걱정이라는게 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계속 번진다. 내가 원해서 내 의지로 내 돈과 시간 써가면서 한 일인데, 이렇게 마음이 불편할 줄이야!

크리스마스 장식을 붙이는 아내와 딸. 연말에 아내는 저 것들을 홀로 보고 있어야 했다

 

비단 마음만 불편한게 아니다.

그동안 루틴처럼 매달 하던 것들을 다 정리하거나 일시중지 하는 번거로운 작업도 필요했다. 딸의 수영,발레 수업은 12월에 미등록하고 1월 이후에 복귀함을 알렸다. 11월 말에 결손이 나는 수업은 평일에 짬짬이 보강을 잡아 진행해야 했다.

 
유아 책 대여 서비스 ‘윙크 북스’는 한 달간 중지가 불가능해서 , 11월말로 해지하고 내년 1월에 신규가입하기로 했다.

이런 작업들이 말이 쉽지 막상 해보면 굉장히 번거롭고 귀찮다.

 

어린이집에도 출국 소식과 한달 장기 결석이 발생한다고 알렸다. 혹시 행정적인 절차가 필요 한지도 물어봤다. 원장선생님께선 장기 미등원하는 경우, 국가에서 나오는 보육료가 끊어져서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고 하셨다. 아. 이 보릿고개 같은 시기에 어린이집에 기부하게 생겼구나 싶었다. 그러나 원장선생님께서 행정기관에서 연락해서 꼼꼼이 확인해 주신 결과, 퇴소처리를 하고 귀국 한 다음에 재입소 하는 방향으로 해보라고 권유해주셨다. 원장선생님께서도 이런 특수한 경우는 본인도 처음이라고 하셨다.

 

다행히 딸의 반에 빈자리도 많았고, 대기 인원이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에 어린이집에서 배려해 주신 거 같았다. 원장선생님 감사합니다.

행정적인 절차이긴 하지만, '퇴소'라는 단어 때문에 기분이 이상했다

 

마지막으로 신경이 쓰인 건 아무래도 다온이의 마음 이었다.

 

하필 12월은 딸의 생일(18일)도 있고, 크리스마스도 있는 달이다. 우리야 이제 생일이 와도 덤덤하고 크리스마스도 별 느낌없이 지나가지만, 만 4년의 인생이 전부인 이 아이에게 그런 특별한 날에 친한 친구들과 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워 할 거 같았다.

어린이집의 배려로 생일을 11월에 "미리" 당겨서 진행했다.

그나마 위안이 됐던 건 어린이집 선생님의 배려로 어린이집 생일파티를 한달 먼저 진행한 것이다.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크리스마스는.. 미국이 훨씬 더 성대하고 분위기도 좋기 때문에 오히려 미국에서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정신승리 했다.


그나마 좀 안심이 되는 건 우리가 머물 미구엘의 집에는 미구엘의 아들과 딸이 있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미구엘 딸과 다온이는 나이가 비슷했다. 아무래도 아이를 키우는 집에 가면 분위기도 아기 친화적이고, 아기를 위한 물건(특히 장난감!!!!)이 많다.

귀여운 미궬의 2세들.

우리나라야 그 꼬맹이들도 나이 묻고 고작 몇달 차이로 언니 동생 호칭이 생기지만, 미국이야 어차피 나아 상관없이 서로 이름부르니 그 점도 맘이 더 편했다. 다온이한테도 그런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어차피 시간지나면 다 까먹겠지만.

 


 

그렇다. 이런 저런 걱정들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흐르고 비행기는 뜰 것이다.

 

어차피 아무리 준비하고 준비해도 100% 완벽한 대비는 없다.

 

설령 100%에 가까이 준비를 했다고 해도,

출발과 동시에 생각지도 못한 변수들이 생기는게 바로 여행이 아니었던가.

 

결국 나에게 완벽한 준비보다 더 중요한 건 '여유'와 '긍정적인 마음'이었다.

 

 

 

-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