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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모음/일상 속 단상

마장동 소고기 단상

by 코장군 2018. 9. 7.

금요일 퇴근후 오랜만에 마장동에서 친구들과 만났다. 

각자 직장에서 찾아온 마장동 먹자골목에서 우린 몇 해전 함께 진하게 소주를 마셨던 추억의 그 집을 찾았다. 

 

간판이름은 생각날 턱이 없고,

테이블의 모양과 식당내부 구조를 보고 

우린 대번에 그 곳이 추억의 그 장소임을 알아냈다. 

 

몇해 전과 똑같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우린

메뉴판에서 숫자가 가장 큰 한우 모듬 대 를 시키고 

시원한 cass로 입을 헹궜다. 

 

커다란 접시에 담겨나온 한우가 절반 가량 사라졌을때

"예전만큼 맛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막역한 친구들이라 내 느낌을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다 비슷한 생각이었나 보다. 

맛있긴 한데 몇해전에 먹었을 때의 강렬한 인상은 없다는게다. 

 

문득 궁금했다. 

똑같은 식당인데 몇년 사이에 맛이 덜해진걸까. 

아니면 주방 아줌마가 적당히 질이 낮은 고기를 섞어서 준 걸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거 같았다. 

그래도 그 식당에서 제일 비싼 메뉴를 시켰는데. ...

 

설마.

"내가 그 사이에 늙어서 뭘 먹어도 예전만큼 맛이 없나? "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글프게도.

 

근데 더 서글픈건.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예전 그날보다 소고기가 맛있지 못할거란 생각이 들어서다. 

 

몇년전 우리는. 

총각이었던 우리 셋은

더 일 욕심이 많았고, 혈기왕성했고, 자신감이 넘쳤던 거 같다. 

이 곳 마장동에서 소고기 한점에 소주 한잔씩을 나눠 마시며 (아마 그땐 한우가 아니고 육우였을 거다)

많은 얘길 나눴을 텐데. 

불과 몇년 전 인데 마치 십수년 전의 일처럼 아련하게 기억에 남아버렸다. 

 

그때 우린 아파트값 육아고민, 휴가계획, 남들 근황 같은 이야기보다는

각자의 미래, 하는 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길 나눴던 거 같다. 

설령 이런 내 기억이 왜곡되었다 쳐도

분명 그날의 분위기는 지금과 달랐다. 

그날의 우리도 오늘의 우리와 달랐던 거 같다. 

 

시영이의 말이 오래 귓속을 돌았다. 

" 형. 아마 그때랑 지금이랑 형이 느끼는 소고기의 가치가 달라서 그런걸지도 몰라요.

  그때 10만원이랑 지금 10만원이랑 형이 체감하는 크기는 다르잖아"

 

세상물정 몰랐을 지언정, 더 낭만적으로 살았던 그 때가

작은 것에도 훨씬 더 크게 행복해 했던 그 때가 난 계속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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