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퇴근후 오랜만에 마장동에서 친구들과 만났다.
각자 직장에서 찾아온 마장동 먹자골목에서 우린 몇 해전 함께 진하게 소주를 마셨던 추억의 그 집을 찾았다.
간판이름은 생각날 턱이 없고,
테이블의 모양과 식당내부 구조를 보고
우린 대번에 그 곳이 추억의 그 장소임을 알아냈다.
몇해 전과 똑같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우린
메뉴판에서 숫자가 가장 큰 한우 모듬 대 를 시키고
시원한 cass로 입을 헹궜다.
커다란 접시에 담겨나온 한우가 절반 가량 사라졌을때
"예전만큼 맛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막역한 친구들이라 내 느낌을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다 비슷한 생각이었나 보다.
맛있긴 한데 몇해전에 먹었을 때의 강렬한 인상은 없다는게다.
문득 궁금했다.
똑같은 식당인데 몇년 사이에 맛이 덜해진걸까.
아니면 주방 아줌마가 적당히 질이 낮은 고기를 섞어서 준 걸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거 같았다.
그래도 그 식당에서 제일 비싼 메뉴를 시켰는데. ...
설마.
"내가 그 사이에 늙어서 뭘 먹어도 예전만큼 맛이 없나? "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글프게도.
근데 더 서글픈건.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예전 그날보다 소고기가 맛있지 못할거란 생각이 들어서다.
몇년전 우리는.
총각이었던 우리 셋은
더 일 욕심이 많았고, 혈기왕성했고, 자신감이 넘쳤던 거 같다.
이 곳 마장동에서 소고기 한점에 소주 한잔씩을 나눠 마시며 (아마 그땐 한우가 아니고 육우였을 거다)
많은 얘길 나눴을 텐데.
불과 몇년 전 인데 마치 십수년 전의 일처럼 아련하게 기억에 남아버렸다.
그때 우린 아파트값 육아고민, 휴가계획, 남들 근황 같은 이야기보다는
각자의 미래, 하는 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길 나눴던 거 같다.
설령 이런 내 기억이 왜곡되었다 쳐도
분명 그날의 분위기는 지금과 달랐다.
그날의 우리도 오늘의 우리와 달랐던 거 같다.
시영이의 말이 오래 귓속을 돌았다.
" 형. 아마 그때랑 지금이랑 형이 느끼는 소고기의 가치가 달라서 그런걸지도 몰라요.
그때 10만원이랑 지금 10만원이랑 형이 체감하는 크기는 다르잖아"
세상물정 몰랐을 지언정, 더 낭만적으로 살았던 그 때가
작은 것에도 훨씬 더 크게 행복해 했던 그 때가 난 계속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