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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모음

5년 만에 신혼여행 (장강명)

by 코장군 2018. 3. 17.

장강명의 소설이 좋다. 

글이 간결해 읽기 쉽고,

 일상의 언어라 익숙하고, 울림이 있다. 


알라딘에서 그의 에세이집을 발견하고 

제목만 보고 주문했다. 




< 5년 만에 신혼여행 >


3박 5일 간의 보라카이 여행에서 겪은 사건을 중심으로 

평소 작가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에세이를 통해 <한국이싫어서> 속 주인공이

바로 장강명씨의 아내 HJ와 본인의 과거모습에서

 모티브를 따왔음을 알게 됐다. 


'아. 그래서 그렇게 리얼하게 묘사했었구나'


또한 간략하게 HJ와의 연애과정, 결혼관 등을 밝히면서 

글에 대한 이해도와 몰입도를 더할 수 있게 도와줬다. 


 

소설이 아닌 에세이다 보니 

작가의 인생관이 중간중간 다양하게 표출되는데 

딱히 어느 부분을 꼽기 보다 

다양하게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다. 




"미래의 일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지든 간에 

과거의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훼손되지 않으며 

인생에서 틀림없이 좋았던 부분을 틀림없이 좋은것으로 지켜준다"


다만 이런 허구가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려면 형식적이면서도 실체적인 종지부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멋진 허구가 개별성을 얻지 못한 채 다른 허구와 섞이고, 흐려지다가 이내 사라져버린다. '2014년 11월에 나는 HJ와 3박 5일로 보라카이에 신혼여행을 다녀왔는데, 이런저런 교훈을 얻었고, 절체적으로 너무 좋았다'고 매듭을 지어야 한다. 그래야 그 사건이 하나의 이야기로 설 수 있고, 이후의 다른 사건들이 그 이야기에 침입하지 못한다. 

앞으로 우리 부부에게 어떤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런 에세이를 써놓은 주제에, 내가 술에 취해 바람을 피우게 될지도 모르고, HJ가 운명적인 사랑을 발견해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 그러면 아마 이 책은 결혼과 사랑과 믿음에 대한 지독한 아이러니의 사례가 되겠지. 나는 두고두고 놀림감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설령 그런 일이 벌어진다 해도, '2014년 11월에 나는 HJ와 3박 5일로 보라카이에 신혼여행을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훼손되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이야기 속에서 행복하고, 결말은 '너무 좋았다'이다. 나는 2014년 11월을 그 이야기로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내 인생에서 틀림없이 좋았던 부분을 틀림없이 좋은 것으로 지켜준다. 그게 이야기의 힘이다. 그 힘을 얻고 싶어 이 에세이를 쓴다. 




나와 내 아내  KH도  소중하고 행복한 기억이 많은데,,

앞으로 우리 인생에 어떤일이 펼쳐지든

그 이야기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텐데.

나도 그 기억을 이야기로 잘 보관 해야겠다. 


언제 꺼내도 틀림없이 좋은 것으로 우리것이 될 수 있게.

 어떤 다른 사건들도 그 이야기에 침범하지 못하도록. 



--------




" 한국의 부모들은 자식의 인생에 과도하게 간섭한다.

 이는 그들 스스로 자식을 너무 사랑하기에 자식을 보호하고자 하는 본능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가 만들어 준 안락한 감옥 안에서 나오지 못한 이상 자식은 영원히 성인이 될 수 없다. 

왜냐면 인간은 자기 인생을 걸고 도박을 하는 순간부터 어른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님이 특별히 나쁜 분들은 아니다. 사실 이건 대부분의 한국 부모들이 공통으로 갖는 문제다. 자실들의 인생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것. 자식이 타인임을 인정하지 못하는것. 자식들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정신적인 폭력을 서슴지 않는 것. 그리고 나는 그 부모들을 이해한다. 

 그런 폭력의 원인은 대부분 사랑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자식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자식이 위험에 빠지는 광경을 두고 볼 수가 없다. 그들은 자식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자식이 위험에 빠지는 광경을 두고 볼 수가 없다. 그들은 안락한 감옥을 만들어 자식을 그 안에 가두고 싶어한다. 과보호. 

 그리고 그 감옥 안에 갇혀 있는 한 자식은 영원히 성인이 될 수 없다. 인간은 자기 인생을 걸고 도박을 하는 순간부터 어른이 된다. 그러지 못하는 인간은 영원히 애완동물이다. 

..(중략).. 자식이 위험에 빠지길 바라는 부모는 없다. 그런데 모험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른다. 그러므로 자식에게 모험을 권하는 부모도 없다. (선량한 부모들이 자식에게 모험을 허락하는 순간은, 자식에게 닥칠 최악의 위험도 자신들이 수습할 수 있을 때이다. 그래서 부자 부모 아래서 자란 젊은이가 더 많은 모험을 누리게 되고, 더 진취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인생에는, 부잣집에서 태어났건 아니건 간에, 그리고 부모가 뭐라 하건 간에,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벌여야 할 때가 반드시 찾아온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인생이 아니다. 그건 사는 게 아니다. 



내 딸 다온이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과도하게 간섭하는 아빠가 되지 않기를. 


자식에게 모험을 허락하는.

 실패할 기회를 허락하는 든든한 아빠가 되고 싶다. 


꼭. 



2013.7.2 Koh Tao, Thai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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