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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인생/BOSTON

Boston common, Public Garden, Public library 딸과 함께 다녀온 날

by 코장군 2022. 11. 3.

미국에 온 지 3주. 아내가 떠난지 2주가 지났다.

그동안 우리에게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이 곳 삶에 익숙해 졌다는 것"

다온이도 3주째가 되자 차창 밖 풍경에도 점점 시큰둥 해져 버렸고 한국에서 처럼 집에서 티비를 보여 달라거나 단 것을 달라고 보채기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최대한 재미있는 걸 찾아 주고 데리고 다니는 것 뿐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보고 싶은 NBA 경기는 언감생심 꿈도 못꾸고, 어린이 박물관에 만 두 번 가게 되는 현실적인 딜레마가 생긴다. 하지만 그 건 서른일곱 먹은 애 아빠가 할 징징거림은 아니라고 다독이며 오늘도 차를 몰고 보스턴 시내로 나갔다.

 

정말 운이 좋은건 2021년 보스턴의 12월은 너무 따뜻했다.

서울은 -10도를 오락가락하는데 여긴 영상의 쌀쌀한 가을 날씨 정도다.

 

쌀쌀한 초가을 날씨인 2021년 12월 보스턴

오전 11시쯤 도착한 Boston common 과 Public Garden.

이 곳은 Charles street를 사이에 두고 이어져 있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이다. 외관상 두 공원이 같다고 해도 될 정도로 붙어 있고 분위기도 비슷하다.

 

미국 02116 Massachusetts, Boston, Boylston St, 139 Tremont St 1B Charles St 38 Beacon St 167 Tremont St, 보스턴 코먼 공원

미국 02116 Massachusetts, Boston, Charles St, 퍼블릭 가든

미국 02116 Massachusetts, Boston, Commonwealth Avenue, 커먼웰스 애버뉴 몰

 

보스턴 커먼은 1634년, 퍼블릭가든은 1837년 건립이라고 적혀 있으니 각각 387년, 184년 된 공원인 셈이다. 두 곳 모두 미국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장소 답게 공원 곳곳에 미국 건국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동상을 볼 수 있다. 심지어 공원 안에 공동묘지까지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George Washington 의 동상 앞을 무심히 지나는...

 

하지만 각각의 동상과 공원의 유래에 대해서 딸에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어차피 딸의 관심사는 공원의 다람쥐, 오리. 그리고 나뭇가지다. 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에서 딸과 소꿉놀이를 했다.

 

이 순간 만큼은 (딸의 지시에 따라) 나는 2살 아기다. 딸의 지시에 따라 땔감을 구해 와야 한다.

 딸을 엄마라고 불러주는 걸 잊으면 안된다.

 

오랜만에 뉴버리 스트리트_Newbury Street 에 가고 싶어서 딸을 자연스럽게 유인했다.

다행히 그 쪽으로 Commonwealth Avenue Mall 이라는 공원 길이 있다. 가는 길 내내 다온이는 나뭇잎을 줍고 열매를 주으며 조잘조잘 떠든다. 딸이 뭐 줍든 최선을 다해서 호응해 주는 걸 잊지 않는다.

운좋게(?) 딸이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했다. 덕분에 Boston Public Library 에 자연스럽게 들릴 수 있었다.

이 곳은 내가 보스턴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다. 입장료 없이 언제든 편하게 드나들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할 정도로 갈 때마다 너무 멋있다.

딸의 눈에도 내부의 모습은 웅장하고 멋있었나 보다. 딸은 이 곳이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야수의 성’ 같다고 했다.

옳거니! 그래서 그때부턴 야수의 방으로 함께 들어가자며 딸을 위 층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딸도 도서관 천정에 있는 유럽풍 벽화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해 졌다.

목표했던 화장실 이용도 마쳤고, 도서관 내부에 꽂혀 있던 론니 플래닛 한국편도 보여줬다. 나중에 다온이가 원하면 이 곳에 와서 공부해도 좋다고도 말해줬다. 내가 감당이 될 진 모르겠지만.

속이 편해진 딸은 도서관 안 쪽 정원에서 한참을 달리고 놀다가 나왔다. 큰 소리만 내지 못하게 했을 뿐 그냥 뒀다. 그녀에겐 아직 에너지가 많이 남아 있었다. 나와는 다르게도.

도서관에서 나왔더니 이미 1시가 넘어 있었다. 미리 찾아둔 쌀국수 식당으로 이동하려는데, 뜬금없이 딸이 도서관 입구에서 페인트칠하는 걸 구경하는데 꽂혀 버렸다.

속은 답답하지만 일단 기다려 본다. 가장 좋은 건 함께 보고 같이 이야기 하며 과정을 즐기는 것이지만 그럴 에너지와 인내는 이미 바닥나 있었다. 그리고 다음 스케쥴을 위해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딸은 '잠시만' 더 보자고 한다. 본인이 “끝!”하고 말하면 그때 가자고 한다. 하지만 그 때는 결코 오지 않았다.

30분을 기다리다가 답답한 속을 달래려 혼자 셀카도 찍어본다

도저히 안되서 작전을 바꿔도 봤다. 저 멀리 다람쥐가 보이니 같이 가서 보자며 유인작전도 써 봤고.(아빠 혼자 가서 보고 오라는 답을 들었다) 아빠가 부탁이 있으니 하나만 들어달라고 읍소 전략도 써봤다 (알겠다고는 하고 들어주진 않았다)

나도 시간과 에너지가 좀 더 있었다면 기다리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었을텐데 이번엔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다. 친구 Phillip과의 저녁 약속 시간도 다가왔고, 더 지체하단 점심도 못 먹일거 같았다.

 

결국 하수 중에 하수의 방법을 사용했다. 다람쥐를 보고 오겠다고 먼저 일어난 후 근처 표지판 뒤에 살짝 숨어서 딸을 기다렸다. 5분 정도 숨어 있자 뭔가 불안해진 딸이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아빠를 찾기 시작했다. 아빠 아빠 부르다가 표정에서 약간 일그러질 무렵 잽싸게 달려가 딸을 번쩍 들고 그 곳을 빠져 나왔다.

 


 

딸한텐 너무 미안했지만 당시에 내가 딱 그 수준밖에 할 수 없었다.

 

육아라는게 그런거 같다. 이론적으론 뭐가 맞는지, 최소한 뭐가 틀린지는 알지만 아이를 상대하는 부모 또한 완벽하지 않기에 이런 악수를 두는 상황이 생긴다. 자책하는 맘도 들지만 내가 담을 수 있는 그릇 내에서 최대한 노력해 볼 뿐이다.

 

심지어 난 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 보단 오히려 내 분을 삭히지 못하고 딸을 채근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딸을 먹일 식당을 향해 직진하고 있었다.

 

Beantown Pho&grill

구글 평점이 높아서 간 곳인데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사진을 많이 올려 둔다.

다온이는 에피타이져로 시킨 Gyoza(물만두)를 한그릇 더 시켜달라고 하고 혼자 다 먹었다. 

 

 

조그만 한 2인용 식당에 나란히 앉아서 부지런히 먹는 걸 도와줬다. 좀 극성인 아시안 부모로 보일려나 싶기도 했지만 그냥 잘 먹이고 싶었다. 모든 부모 맘이 같겠지만 일단 자식이 잘 먹으면 그때 부턴 마음이 편해진다. 나는 사실 입으로 먹었는지 코로 먹었는지도 기억 안 난다. 어쨋든 딸이 잘 먹어서 이 식당은 나에게 별 5개다.

 

식당에서 나와 뉴버리 스트리트를 좀 거닐다가 이내 다시 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버클리 음대 쪽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이고 개성 넘치는 의류 매장들도 보인다.

버클리 음대 앞에서 인증샷 하나!

0.001% 의 가능성으로 딸이 나중에 버클리에 갈 수도 있을테니 지나가는 김에 인증샷을 하나 찍었다. 보스턴에 오는 사람들은 보통 하버드 캠퍼스 투어를 많이 하는데 난 이번 딸과의 일정엔 아예 고려도 안했다.

 

돌아가는 길은 일부러 지하철을 탔다. 한국 가기 전에 한 번은 타 보자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서울과는 사뭇 다른 지하철 모습에 호기심 넘치는 눈으로 바라 본다

 

Copley 에서 탑승해서 Park street 역에 내렸다.

내려서 해질 녁 Boston Common 를 가로질러 걸었다. Frog pond 에 연말 스케이트장이 개장해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었다. 한국은 코로나 오미크론 확산으로 모든 걸 셧다운 한다는데 이 곳 분위기는 또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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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보스턴 시내를 빠져 나왔다.

금요일 저녁이라 3시반에 나왔는데도 약속장소인 외곽까지 오는 내내 교통 체증에 시달려야 했다.

 

 

필립과 만나기러 한 Altitude Trampoline Park 에 갔다가 집에 오니 늦은 밤이었다.

 

딸은 역시 기절했다. 휴대폰 앱으로 확인해보니 오늘 보스턴 시내에서만 무려 5키로 가까이 걸었다. 어린 딸에겐 아주 먼 거리였을 거다. 뒤늦게 딸에게 고마운 맘이 들었다. 아직 초등학교도 안 간 딸에게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일은 좀 더 여유있고 자상한 아빠가 되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나도 기절했다. 

 

 

-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