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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인생/BOSTON

미국집 마당 뒷뜰 나뭇잎 정리, House Work 즐기기

by 코장군 2022. 9. 26.

나는 한국에서 아파트에 산다. 지금 미국에선 일반 저택에 산다.

 

이 둘은 단순히 구조와 면적 이외에도 많은 차이가 있다. 당장 체감하는 차이는 ‘집안에서 행동의 자유’다.

 

아파트에선 이웃들이 공동거주 하기 때문에 소음 및 진동이 전달되지 않게 서로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일반 저택은 아무리 노래를 크게 들어도 방방 뛰어다녀도 이웃에 피해를 줄 리 없다. 그래서 내 집 안에서 내 행동이 굉장히 자유롭다. 그 점이 이 곳에서 가장 행복한 포인트이도 하다.

 

딸에게 '뛰지 마라' '사푼사푼 걸어라' 라고 말하지 않아도 될 자유! (가만 생각해 보니 이런 건 진짜 인간의, 아니 아동의 기본권 아닌가?)

 

이건 사실

한국 vs 미국의 차이라기 보다는 공동주택 vs 단독주택의 차이라고 하는게 더 정확하긴 하다.

 

어쨋든 한국에서 어릴적부터 쭉 아파트에 살아왔던 나에겐 미국 단독주택에서의 경험은 언제나 새롭고 재미있다.

 

그렇다고

⊙ 삶의 질 : 미국 주택 〉 한국 아파트

이런 결론을 내리려는 건 아니다.

 

미국 집에선 한국 아파트에 살 때는 너무도 당연히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직접 해야만 한다.

 

몇가지만 예를 들면 보일러 및 전력 관리, 잔디깎기, 눈 치우기, 정원 정리하기 등이다. 내가 겨우 몇 주 살면서 보인 게 이정도니 사실은 훨씬 더 많은 게 있을 거다. 말이 쉽지 이 넓은 내부+외부 공간을 관리한다는게 쉽지 않다.

 

특히 외부 공간!


이 집에 오자 마자 눈에 들어왔던 건 한국에서 한번도 소유해 보지 못했던 뒷뜰과 앞마당의 존재였다.

한국에서 그 동안 너무 당연히 타인과 공유해 왔던 공간들이 모두 다 집 안에 있다.

놀이터랑 캠핑장이 전부 다 집 안에 다 있네???

이 것들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길 한,두번. 이젠 내 눈에 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실 내 호스트 미궬은 비지니스로 바빠서 그렇게 집을 가꾸는데 신경을 안쓰는 편이어서 내 눈에 정리할 부분이 더 많이 보였다.

 

 

일단 가장 먼저 한 것은 나뭇잎 치우기!

 

이 건 가을  →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 모든 집에서 한번 쯤은 수행하는 일이다. 실제로 아침 러닝을 하다보면 나뭇잎을 치우는 이웃들이 종종 보인다. 어느 정도 사이즈가 있는 집은 사실 Leaf Blower를 사용한다. (헤어드라이가 초강력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출처 : 구글 이미지

이 곳에서 모든 집에서 같은 니즈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 일만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도 있는 거 같았다.

 

 

 
정원 정리해주는 업체가 가끔 보인다

나뭇잎 뭐 그냥 두면 어때 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눈이 많이 내리는 보스턴에서 나뭇잎을 방치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특히 지붕에 떨어진 나뭇잎들을 제 때 치우지 않으면 빗물 수로를 막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른 집안 일에는 그닥 신경을 쓰지 않는 미궬도 지난 주말 사람을 불러서 지붕 수로에 있는 나뭇잎을 제거했다.

 

중요한 건 사람이 오는 타이밍인데, 너무 빨리 와도 안되고 (치운 이후에 또 떨어져서 막히면 안되기 때문) 눈 내린 이후에 와도 곤란하다는 거다. 우리나라처럼 전화 한통에 바로 오는 건 당연히 아니고 최소 한달 전에 예약을 했다고 하니 이 것도 나름 삶의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 부분 같았다.

 

어쨋든 나는 Leaf Blower 없이 단순 노가다 방식으로 매일 운동하는 기분으로 나뭇잎을 치웠다. 제초기 없이 낫으로 잡초를 뽑는 기분이긴 했지만, 뭐든 처음하는 일이 주는 재미가 있지 않나. 그 과정 또한 즐거웠다.

뒷뜰 & 앞마당 빡세게 치우는 중

무엇보다 땀을 흘릴수록 그 성과가 눈에 보이니 이만큼 보람있는 일이 또 있을까!

사실 살다보면 우리가 힘든 건 그 노력 과정보단 노력에 대한 성과가 당장 나오지 않거나 지금 하는 노력이 과연 의미 있는 것일까에 회의가 드는 순간이 와서다.

그런 의미에서 나뭇잎 청소는 당장 성과도 있고, 그 성과로 인해 집도 깨끗해지고 미궬과 우리 모두 해피해 지니 이만한 즐거운 일이 있을 리 없다. 단순 노동이니 따로 훈련도 없이 할 수 있고 게다가 부족한 운동량까지 채워주는 효과까지!!

 

역시 내 인생의 행복 비결은 정신승리다.

뒷뜰 Before vs After
앞마당 Before vs After

내친 김에 야외 공용공간까지 !

하루에 다 한건 아니고 매일 조금씩 조금씩 진행했다. 딸도 열심인 내 모습을 보고 따라해 줬다.

도움은 안됐지만 ㅋㅋㅋㅋ 덕분에 심심하진 않았다.

 

한국 내 집에 이런 화로와 카우치를 놓을 공간이 있다면...주말마다 친구들을 불러서 오징어도 구워먹고 소주도 한잔 하며 보낼 거 같은데... 하는 상상을 하며 열심히 치웠다.

 

얼추 깨끗해 졌다.

조만간 밤에 딸이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미국 밤하늘을 보며 소소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보려 한다.

 

 

-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