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로운 인생/BOSTON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내 딸의 생일 파티

by 코장군 2022. 11. 3.

딸은 2017년 12월 18일에 태어났다. 한국나이로 이미 5살이고, 미국 나이로는 이번 생일에 4살이 된다.

똑같은 사람인데 나라마다 나이가 달라지는게 어이가 없긴 하지만 생각할수록 미국식으로 계산하는게 더 합리적인 것 같다.

(태어난 날로 부터 1년째 되는) 첫돌에 1살이 되고.

그 후로 생일날 기준으로 나이를 +1 하는 것.

 

이게 더 상식적인거 아닌가?

왜 모두가 똑같이 설날에 떡국 먹으면서 한살을 먹어야 하지?

 


 

어쨋든 내 딸은 미국에서 본인의 4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한국에서 제대로 생일을 못챙기고 미국에서 약간은 쓸쓸하게 생일을 축하해 주게 될 거 같아 우려했었는데, 정말 쓸 데 없는 걱정이었다. 다온이는 이번에 전무후무하게 성대한 생일을 보냈다. Jano가 다온이만을 위한 생일파티를 열어 준 것이다.

 

생일날 제노가 장보는 데 따라갔다. BJ’s wholesale 이란 대형마트였는데, 내부는 한국의 코스트코 같았다. 정말 다양한 것들을 대량묶음으로 팔고 가격이 정말 저렴했다. 우린 그곳에서 미리 주문해 둔 케이크와 음식들을 잔뜩 샀다.

 

그리고 파티용품 전문숍에 들러서 ‘다온이가 그토록 바라던’ 엘사 풍선을 샀다.

 

사실 생일을 앞두고 내가 오래 전부터 선물로 뭘 받고 싶냐고 물었는데 딸은 그 때마다 풍선이라고 대답했다. 아직 닌텐도 게임기나 캐나다구스 패딩을 부르지 않는 어린 딸이구나 하는 맘에 귀여웠고 한편으로 가슴을 쓸어 내렸다.

 


약속된 시간(4pm)이 되자 Jano의 지인들이 하나 둘 씩 집으로 찾아왔다. Jano는 다온이 또래 자녀가 있는 지인들만 초대를 해줘서 아이들도 함께 노는 분위기가 만들어 줬다. 그 게 내 입장에서도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애들은 애들끼리 뛰어놀고 어른들은 또 편하게 맥주 한잔씩 하는 아주 이상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미궬의 자녀들도 참석해서 그런지 다온이가 한결 더 편안해 했다. 다온이는 본인의 네번째 생일에 국적도 생김새도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2010년 9월 대학생 때 처음 오게 된 이 곳에서 십년 후 내 딸의 생일 파티까지 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이번에 미국에 올 때도 이런 걸 1도 기대하지 않았던 지라 더욱 놀랍고 고마운 맘이 컸다.

 

다온이는 선물도 엄청 많이 받았다. 집에 와서 세 보니 무려 16개다.. 역시 미국은 미국인가.. 당장 이번 주말에 또 크리스마스가 오는데 그 때는 또 어떨런지.. 기대보다 너무 신세를 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쓸데 없는 걱정 넣어두라는 듯. 미궬이 나에게 조니워커 한 잔을 권했다. 위스키 한잔을 꼴깍 삼키니 옛날 생각이 났다. 10년 전에는 맨날 코로나 맥주에 저렴한 럼이나 데낄라를 마셨던 거 같은데…그 간 이들의 술 취향도 조금 변한 거 같았다. 못 보던 찬장이 생겼고 그 안에는 온갖 종류의 위스키 들이 꽉 차 있었다.

 

코로나 맥주가 조니워커가 된 것 처럼 그만큼 이들의 삶도 윤택해지고 성장한 건 아닐까 하는 느낌도 받았다.

2010년 11월 thanksgivig day! 같은 장소에서 맥주와 럼을 참 많이도 마셨었다

사실 나도 지난 10년 동안 졸업,취업,결혼,출산까지 많은 인생의 과제(?)들을 거치며 ‘성장’해 왔고 이제 경제력을 갖춘 한 가정의 일원이 됐다. 그래서 이번에 내가 이곳에 오면 예전보다 훨씬 더 그들에게 베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내 생각이 짧았다. 나만 나이를 먹고 나만 성장한 것이 아니었다. 10년 전에도 성실하고 최선을 다해 살던 이들은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지내고 있었고, 그로 인한 발전의 과실을 또 내게 베풀고 있었다. 마치 10년 전처럼. 그래서 더 감사했고 더 행복했다.

 

딸의 행복한 표정을 바라보며.. 다온이 뿐 아니라 나도 최고로 행복했던 하루 였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