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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인생/CUSCO (PERU)

GOODBYE CUSCO! 쿠스코를 떠나며!

by 코장군 2022. 8. 29.

 

 

 

쿠스코에 도착한 지 5일째 되는 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쿠스코를 떠나는 날이기도 하다. 눈을 뜨자마자 우리가 호텔 방문도 닫지 않은 채 잠들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정도면 잠든 게 아니라 기절한 것이다. 밤 늦게 까지 퍼마신 쿠스퀘냐의 여파로 속이 굉장이 매슥 거렸다. 

고산병도 압도해 버릴 만한 어머어마한 숙취가 몰려왔다.

 

우린 방에서 나와 호텔 레스토랑으로 가서 따뜻한 코카잎 차를 마시며 속을 달렸다. 마침 창 밖에선 지역 행사가 열리고 있어서 바깥이 북적 거렸다. 이 곳 호텔의 바는 2층에서 한 눈에 아르마스 광장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멋진 뷰를 선사한다.

저 창가 자리에 앉아서 광장을 내려다 보면 쿠스코 성당의 아름다움과 현지인들의 활기가 전해진다.
 

속이 부대끼는 상황에서도 그 자리에서 바라보는 광장이 참 멋지다고 느꼈다. 쿠스코에서 지낸지도 사나흘이 지났는데 그 동안 돌아다닌다고 바빠서 이렇게 여유를 즐기지 못했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지독한 숙취가 우리에게 잠시의 여유와 평화를 가져다 줬다.

 

https://goo.gl/maps/5Ucmg1M63c3fXfci6

 

Cusco Plaza Hotel 호텔 · Portal, Mantas 114, Cusco, 페루

★★★★☆ · 호텔

www.google.co.kr

우리가 묵은 호텔은 '쿠스코 플라자 호텔'로서 지금 찾아보니 3성급 호텔로 나온다. 돌이켜 보면 당시 허니문 온 이래도 계속 호스텔급 숙소에서 잤고, 쿠스코에선 마르씨알의 오랜 집에서만 묵다가 호텔로 옮겼더니 '체감상' 5성급의 편안함과 고급진 느낌을 받았다. 지금 찾아봐도 대체적으로 사람들의 리뷰는 괜찮아 보인다.

2층 창가에 앉아서 코카잎 차를 우려 마시며 숙취를 달랬다

 


 

어느 정도 속을 달랜 우리는 체크 아웃을 하고 나왔다. 호텔 앞에는 얼버트가 차를 가지고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간밤에 아무일 없었다는 듯 싱긋 웃는다. 고맙기도 하고 참 '너도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웃긴다. 우리가 골골 대니까 얼버트가 해장국(soup라고 했다)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오 주님. 해장국이라니.

듣기만 해도 구원받는 기분이었다.

 

이 녀석들의 비쥬얼과 향을 마주하기 전까진 말이다.

 

나름 신경써서 찾아간 '양고기'스프 맛집에선 이런 녀석들이 나왔다. 정말 여행와서 음식은 안가리는데,,,중국에서 길거리 취두부도 먹고 다녔던 나 였건만... 차마 내 부대끼는 속에 이 녀석을 넣는 건 고역이었다.

 

어릴때부터 꼬리곰탕 소머리곰탕 내장탕 등등등 고기 부속물 들어간 것 많이 먹어봤지만, 이날 내가 마주한 저 턱뼈와 치아는 강렬했다. 아. 페루 양들은 스케일링도 안 한단 말인가. 어제까지 풀을 질겅질겅 씹던 녀석이 내 앞에 올라온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성격상 몇 숟가락 떠먹었다. 그리고 괜찮겠지 괜찮겠지 했는데, 진짜 안괜찮았다. 비쥬얼도 강렬했지만 향이 너무 쎘다... 얼버트는 잘 먹엇던 거 같았는데, 난 반 넘게 남겼다. 패배를 인정했다....

다음에 또 쿠스코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 저 양고기 해장국!


리마로 다시 떠나는 국내선 비행기 시간이 저녁이라 쿠스코 시내에서 자유시간을 가졌다.

산 페드로 시장에 다시 갔다. 회사에 돌아가서 돌릴 잔잔한 기념품도 사고, 지인들에게 부탁받은 야마 인형도 몇개 샀다. 산페드로 시장은 언제가도 복작복작 활기찬 분위기였다.

 

쇼핑을 충분히 마친 우리는 아르마스 광장의 맥도날드로 향했다. 순대국을 먹을 수 없다면 빅맥에 콜라라도 마셔야 했다. 지구 반대편 타지에서 영접한 빅맥의 아삭한 양배추와 찐한 치즈의 향이란 어찌나 반갑던지. 빅백과 함께 들이킨 콜라의 찐한 탄산과 함께 나의 숙취도 어느정도 날라갔다. 맥도날드가 날 구원했다.

https://goo.gl/maps/AuLaxUHZ35RgYoLb8

 

McDonald's Cusco · plaza de armas, Portal de Carnes Nº 254, Cusco 08002 페루

★★★★☆ · 패스트푸드점

www.google.co.kr

 

아르마스 광장의 맥도날드. 빅맥과 콜라가 날 구원했다.

이곳도 페루 여느 지역처럼

개에 대해서 별로 제지를 하지 않는다.

떠돌이 강아지가 맥도날드 매장으로 들어와

자연스럽게 햄버거 동냥을 한다.

 

나도 페루에 온지 일주일이 지나니

이런 풍경도 익숙해졌다.

 

자연스럽게 (?) 감자튀김을 건냈다.

 


 

5일가량 함께 했던 얼버트와 이별하고 우린 다시 쿠스코 공항에 남겨졌다.

이제 머나먼 길을 떠나야 했다. 여행 일정을 짤 때, 쿠스코에서 시간을 최대한으로 확보하느라 돌아가는 비행기 일정도 좀 빡셌다.

 

쿠스코 ―(페루 국내선)→ 리마 ―(American Airline)

미국 달라스 ―(American Airline)→ 인천

 

 

쿠스코 → 리마 , 처음 타봤던 TAC 항공기
굿바이! 쿠스코! 다시 올게!
 
리마에서 미국 달라스로 가는 국제선을 탑승 시간이 밤 11시 반이라 공항에서 굉장히 피곤한 시간을 보냈고, 아침에 떨어진 달라스에서는 환승 시간이 40분 밖에 안남아서 내리자 마자 달리기를 해야 했다.
 
리마에서 달라스로 가는 비행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평생의 반려자와... 결혼 생활의 시작은 공항 노숙부터...

 

당시엔 그렇게 생각 안했는데, 지금 사진으로 보니

정말 고생 많이 했었네 싶다.

전무후무 역대급 빡셌던 여행이..

하필 신혼여행이었구나 !

달라스 → 인천,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비행도 막바지로 향해가고 있었다

 

이번에 사진을 다시 정리하면서 느낀 점은

여행 내내 정말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는 점이다.

 

리마에서 피스코, 이카까지 우리의 발이 되어 준 마누엘, 리마의 밤거리를 만끽하게 해 준 마리씨아, 미까사 수까사를 실제로 보여줬던 마르씨알 할아버지, 쿠스코에 있는 내내 운전해주고 잉카 유적지를 다 태워다 줬던 얼버트, 살사 매랭게 리듬이 넘실대던 쿠스코의 밤 세계로 우릴 인도해 준 크리스티나, 귀여운 미소로 우릴 편하게 해줬던 쎄미, 미국에서 수시로 매신져를 통해 본인의 가족과 우릴 이어준 마틴까지.

 

세상.. 살면서 이렇게 많은 도움을 다시 받을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 들과는 자주는 아니더라도 아주 가끔씩은 facebook이나 whatsapp을 통해서 안부를 서로 전하곤 한다. 구글 번역기도 있으니 스페인어라도 연락 못 할 이유가 없다.

 

꼬박 하루 비행기만 타고서 거지 꼴이 되서 귀국했고, 장인장모님께서 공항에 나와주셨다.

 

 
 

오랜만에 페루에서의 추억을 꺼내보니 감회가 새롭다.

 

다시 쿠스코로 갈 수 있나면 떠날 꺼냐고?

당연하지. 그녀만 함께 해 준다면.

 

끝.

 


(2016년 9월 25일 부터 10월 3일까지 다녀온 페루 신혼여행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