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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인생/CUSCO (PERU)

오래 꿈 꿔 왔던 쿠스코(Cusco) 에서 첫 날 밤.

by 코장군 2021. 11. 11.

마누엘과 리마에 돌아 온 우리는 공항으로 가기 전 동네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현지식을 먹고 싶다고 하니 으마으마한 세비체가 나오는 곳으로 우릴 데리고 가줬다. 가게 이름은 Rinconcito Piurano, 지금 구글에 아무리 검색해봐도 이 곳은 찾기가 어렵다. 대문 스타일부터 일단 관광객들이 갈만한 느낌은 아니었다.

이것 저것 잔뜩 시키는 아내! 

현지인들 물가라서 가격도 매우 저렴했던걸로 기억난다. 부자가 된 양. 잔뜩 시켜놓고 종류별도 다 먹어봤다. 

우리가 주문한 현지 스타일 음식들. 양도 많고 맛도 헤비함. 큼직한 옥수수가 맘에 들었다.
리마 맥주도 마시고 아주 신났다.


마누엘과 이별하고 우린 다시 이방인이 되어 리마 공항에 남겨졌다. 이제 다시 배낭을 짊어질 때다. 

Latam 항공 비행기를 타고 페루의 산악지형을 넘었다.

쿠스코에 착륙하니 이미 저녁 무렵. 공항에는 얼버트_Herbert(H는 묵음)가 마중 나와 있었다. 낯선 땅에 도달하자 마자 누군가가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건 그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안심되고 기분 좋은 일이다. 물론 리마에서 만난 마누엘처럼 얼버트도 난생 처음 만났다. (우리 부부가 좀 낯가림이 없긴 하다) 얼버트가 누군지 굳이 따지자면 미국에 사는 내 친구 Martin의 여동생 Christina의 남편이다 ㅎㅎㅎ 사실 외지에선 친구의 친구라면 내 친구인 거고, 친한 친구의 가족이면 결국 내 가족인거다. 이게 우리만의 정신승리만은 아닌 게 미국 보스톤에서 지낼 때부터 라틴계열 친구들 자주 술도 먹고 놀았는데 그때부터 미까사 수까사_Mi casa su casa 를 알게 됐다. 직역하면 my house is your house 인 셈인데, "내집도 니 집처럼 편하게 생각해" 정도로 받아 들이면 맞을 거 같다. 물론 우리도 그들이 우리나라에 온다면 당연히 미까사수까사를 넘어 해 줄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주고 싶지 않을까.  

 

여행일정을 들어주고 현지 정보를 알려주는 Christina 가족

헐버트가 데리고 간 곳은 본인 집 근처에 있는 마르씨알_Marcial의 집. 마르씨알은 Martin과 Christina 의 아버지로 2014년 여름 아내와 (결혼전) 보스톤에 놀러갔을때 만난 적이 있었다. 그냥 나에겐 '페루 할아버지'다. 마르씨알이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우리가 갔을때 그는 페루에 없었다. 그 집은 Martin 형제가 어릴 때부터 나고 자란 집이라 그런지 집안 곳곳에 가족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우린 마틴의 어릴적 방에 짐을 풀었다. 오래된 낡은 집이었지만 꽤 큰 2층 구조였다. 당연히 관광객들이 묵는 곳과는 거리가 먼 동네였다. 

할아버지 시골집에서 엄마 아빠의 어릴적 사진을 발견한 기분이 이럴까. 

그토록 꿈꿔왔던 쿠스코에 도착했으니 당장 아르마스 광장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고맙게도 얼버트가 차를 태워줘서 쿠스코의 중심가를 구경했다. 이미 수도 없이 사진으로 본 곳이긴 했지만 역시 직접 그곳을 밟고 서 있으니 감격 스러웠다. 관광객들이라면 누구나 찾는다는 12각돌_Twelve Angled Stone 앞에서 사진도 찍고, 골목골목을 구경하며 다녔다. 고도 3,400미터의 고지대라 그런지 리마보다는 확실히 더 쌀쌀했다. 

https://goo.gl/maps/Q4jtCzWGeYx5WuXs8 

 

Twelve Angled Stone · C. Hatunrumiyoc 480, Cusco 08002 페루

★★★★★ · 관광 명소

www.google.com

 

쿠스코에 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본다는 12각돌과 구경할 것이 많았던 골목들 
처음 만난 아르마스 광장에서 다정한 가족사진

얼버트가 쿠스코 야경을 보여 주겠다며 크리스토 블랑코_Christo Blanco 로 데리고 갔다. 구불구불 남산 정도 높이의 언덕을 오르니 두 팔을 벌린 예수상이 나왔다.

서울처럼 높은 빌딩이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 조용한 세상의 배꼽, 쿠스코. 잉카제국의 수도 였던 도시를 한눈에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이 뭉클해....지....긴 개뿔. 고도 때문에 산소가 부족해서 그런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https://goo.gl/maps/hBNdR3F2bEHReqaLA

 

Cristo Blanco · 쿠스코 08003 페루

기념비

www.google.com

 

억지로 웃고 있긴 하지만 야경이고 나발이고 빨리 들어가서 들어 눕고 싶었다

나는 2013년 중국 동티벳 여행을 하다가 고산병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그날의 느낌이 고산병 증상임을 즉각적으로 알 수 있었다. 다행인 건 아내는 너무 멀쩡했다는 것. 잽싸게 숙소로 돌아가 따끈한 코카잎 차를 마시고 기절하듯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