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엘과 리마에 돌아 온 우리는 공항으로 가기 전 동네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현지식을 먹고 싶다고 하니 으마으마한 세비체가 나오는 곳으로 우릴 데리고 가줬다. 가게 이름은 Rinconcito Piurano, 지금 구글에 아무리 검색해봐도 이 곳은 찾기가 어렵다. 대문 스타일부터 일단 관광객들이 갈만한 느낌은 아니었다.
현지인들 물가라서 가격도 매우 저렴했던걸로 기억난다. 부자가 된 양. 잔뜩 시켜놓고 종류별도 다 먹어봤다.
마누엘과 이별하고 우린 다시 이방인이 되어 리마 공항에 남겨졌다. 이제 다시 배낭을 짊어질 때다.
쿠스코에 착륙하니 이미 저녁 무렵. 공항에는 얼버트_Herbert(H는 묵음)가 마중 나와 있었다. 낯선 땅에 도달하자 마자 누군가가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건 그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안심되고 기분 좋은 일이다. 물론 리마에서 만난 마누엘처럼 얼버트도 난생 처음 만났다. (우리 부부가 좀 낯가림이 없긴 하다) 얼버트가 누군지 굳이 따지자면 미국에 사는 내 친구 Martin의 여동생 Christina의 남편이다 ㅎㅎㅎ 사실 외지에선 친구의 친구라면 내 친구인 거고, 친한 친구의 가족이면 결국 내 가족인거다. 이게 우리만의 정신승리만은 아닌 게 미국 보스톤에서 지낼 때부터 라틴계열 친구들 자주 술도 먹고 놀았는데 그때부터 미까사 수까사_Mi casa su casa 를 알게 됐다. 직역하면 my house is your house 인 셈인데, "내집도 니 집처럼 편하게 생각해" 정도로 받아 들이면 맞을 거 같다. 물론 우리도 그들이 우리나라에 온다면 당연히 미까사수까사를 넘어 해 줄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주고 싶지 않을까.
헐버트가 데리고 간 곳은 본인 집 근처에 있는 마르씨알_Marcial의 집. 마르씨알은 Martin과 Christina 의 아버지로 2014년 여름 아내와 (결혼전) 보스톤에 놀러갔을때 만난 적이 있었다. 그냥 나에겐 '페루 할아버지'다. 마르씨알이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우리가 갔을때 그는 페루에 없었다. 그 집은 Martin 형제가 어릴 때부터 나고 자란 집이라 그런지 집안 곳곳에 가족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우린 마틴의 어릴적 방에 짐을 풀었다. 오래된 낡은 집이었지만 꽤 큰 2층 구조였다. 당연히 관광객들이 묵는 곳과는 거리가 먼 동네였다.
그토록 꿈꿔왔던 쿠스코에 도착했으니 당장 아르마스 광장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고맙게도 얼버트가 차를 태워줘서 쿠스코의 중심가를 구경했다. 이미 수도 없이 사진으로 본 곳이긴 했지만 역시 직접 그곳을 밟고 서 있으니 감격 스러웠다. 관광객들이라면 누구나 찾는다는 12각돌_Twelve Angled Stone 앞에서 사진도 찍고, 골목골목을 구경하며 다녔다. 고도 3,400미터의 고지대라 그런지 리마보다는 확실히 더 쌀쌀했다.
https://goo.gl/maps/Q4jtCzWGeYx5WuXs8
얼버트가 쿠스코 야경을 보여 주겠다며 크리스토 블랑코_Christo Blanco 로 데리고 갔다. 구불구불 남산 정도 높이의 언덕을 오르니 두 팔을 벌린 예수상이 나왔다.
서울처럼 높은 빌딩이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 조용한 세상의 배꼽, 쿠스코. 잉카제국의 수도 였던 도시를 한눈에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이 뭉클해....지....긴 개뿔. 고도 때문에 산소가 부족해서 그런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https://goo.gl/maps/hBNdR3F2bEHReqaLA
나는 2013년 중국 동티벳 여행을 하다가 고산병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그날의 느낌이 고산병 증상임을 즉각적으로 알 수 있었다. 다행인 건 아내는 너무 멀쩡했다는 것. 잽싸게 숙소로 돌아가 따끈한 코카잎 차를 마시고 기절하듯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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