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근데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첫날 아침부터 오징어게임 이야기가 시작하자 빅토리아가 넷플릭스를 틀어서 보기 시작했다. 5살 꼬마 여자애가 아침부터 오징어게임을 보고 있다니 당황스러웠다. 아마 이미 다 봤다기 보다는 그냥 앞부분만 약간 보는 느낌이긴 했지만 섬뜩했다. 얼마나 자극적인지 잘 알기에 …
빅토리아는 스페인어가 더 편하기에 스페니쉬 버전 더빙판을 보고 있었는데, 이정재 대사에 스페인 남자 목소리를 붙인 게 이상하면서도 의외로 너무 자연스러워서 놀랐다.
미국에 오기 전 아내는 어느정도 오징어게임의 인기를 예상하고 쿠팡에서 ‘달고나 제작 키트’를 사 왔다. 이 집 국자를 태워먹을순 없으므로 ㅋㅋ 아내가 설탕과 베이킹소다로 달고나를 만들어줬는데 타지에서 달고나 향만 맡아도 반가웠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세바스챤은 ‘딱지치기’에 대해서 물어봤고 혼자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여기선 Green light Red light라고 부름) 동작을 따라 하면서 놀았다.
오징어게임 대표 OST인 “way back then”은 하루 종일 흥얼흥얼 거리더니 아예 오늘의 놀이시간 메인 OST가 되어 가는 중이었다

이러다 보니 나까지 음악에 중독되서 흥얼거리는 수준이 됐다 ㅠㅠ 이건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이 듣는 지경이다. 단순한 리코더 리듬이 계속 반복되니 중독되기 딱 좋았다.
한켠에선 이미 딱지치기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궁금해 하는 스바스챤을 위해 아내가 딱지를 몇개 접어줬더니, 금방 그 재미에 빠져버렸다. 룰이 단순해서 설명하기 참 편하다. 아마 영어를 모르는 사람도 외국 사람에게 알려 줄 수 있을 거 같다.
몇 차례 시합이 끝나자 이젠 딱지 접는 법을 궁금해 했다. 아내는 적당한 종이를 찾아와서 어떻게 접는지 어떤 종류의 종이로 만들면 더 좋은지 알려줬다… 사실 난 딱지 접을 줄 모르는데,, 결혼을 참 잘했다 ㅠㅠ

딱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30개 넘게 생성됐다. 미궬은 이날 밤 스바스챤의 딱지를 다 따서 없어질때까지 딱지를 쳐야 했다. 부자간에 즐거운 시간이 이어지는 걸 보니 한국 놀이가 좋은 일 한단 생각도 들었다.
나 역시 엄청 많이 했다. 평생 딱지치기 한 거 다 합친 거 보다 오늘 하루 동안 더 많이 한 것 같다.
내가 이들에게 남미의 노래, 춤, 음식, 문화를 배운 것 처럼 이들 역시 우리나라의 문화를 놀이로 배워가고 있었다. 상투적 표현이지만 문화의 힘은 정말 강력하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무한대로 확장된다. 앞으로 내가 이 집에 머무는 동안 세바스챤과 더 많은 한국 놀이를 즐길 수 있을 거 같단 즐거운 예감이 들었다.
여행 근황도 전할 겸 한국의 내 가족과의 카톡창에 함께 딱지를 하는 사진을 보냈다. “대한민국 유사 이래 가장 좋은 시기에 여행 온 거 같음…” 이라고 말했더니 누나는 개인적으로 BTS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본인도 해외 나갈때 마다 외국인들이 BTS에 대해 물어본다고했다.
맞다. 우린 솔직히 한 것도 없는데 이미 너무 많은 걸 누리고 있는 중이다. 오랜만에 살짝 국뽕 한스푼 넣어서 외쳐봤다.
땡큐 싸이! 땡큐 BTS! 땡큐 스퀴드게임!
땡큐 대한민국!!!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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