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전 11시에 눈을 떴다.
비행기가 연착된 탓에 어제 밤 늦게(11시반)에 보스턴 Lagon airport 에 도착했고, 나의 미국 엄마 Jano가 픽업 나와 준 덕분에 Miguel의 집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다. (약 40km 거리)
비행기가 연착된 탓에 미궬의 자녀들은 이미 잠들어 있었고, 우린 간단히 위스키 한잔하고 잠들...........긴 개뿔. 2시 이후로는 기억이 안난다 .. 위스키는 평소도 잘 안먹는데 왜 갑자기 맛있던걸까. 하긴 평소때 술도 잘 안마시는 아내도 어젠 술을 마셨다. 매우 즐겁게.

미국의 첫 날 가장 좋았던 건. 바로. 눈 뜨자 마자 들리는 살사 뮤직. 느~~~무 좋다. 여긴 뭐 미국인지 남미인지 ㅋㅋ 1층으로 내려가니 미구엘과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나는 첫인상이 중요한 만큼 저질 댄스를 추며 등장했다 ㅋㅋ
미궬이 스크램블에그와 베이컨을 만들어줬다. 정신이 번쩍 들게 짠 베이컨을 먹으니 역시 미국에 온 게 맞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점심으로는 연어구이&샐러드를 밥과 함께 줬다. 오랜만에 먹는 안남미(길쭉하고 찰기없이 흩날리는 쌀)다. 난 좋아하지만 이마저도 딸에게는 얼마나 낯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평소때 연어는 잘 안먹는 녀석인데 옆에서 세바스찬과 빅토리아가 스스로 잘 먹으니까 본인도 먹여달란 말없이 스스로 잘 먹었다. 기특했다. 미궬의 아이들은 똑똑하고 배려심도 있고 떼쓰거나 울지도 않았다. 보고만 있어도 사랑스러웠다.




아이가 있는 집으로 온 것이 얼마나 현명했는지 깨닫는데 불과 한 시간도 안 걸렸다. 말이 안통해서 잘 놀까 우려했던 내가 우스워질 정도로 다온이와 빅토리아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살펴보니 꼭 대화가 안통해도 함께 할수 있는 놀이는 너무너무 많았다.
잡기놀이, 인형놀이, 종이접기 등등등.


하지만 그 무엇보다 둘은 강력한 공통의 취향이 있었으니 바로. 공주 패션. 서로의 옷을 입혀주며, 목걸이를 매주고 화장하고 향수를 뿌리며 (진짜 빅토리아의 '화장대'에는 별의별 게 다 있었다) 둘은 절친이 됐다.
둘의 우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미국까지 왔는데 다온이가 나를 찾지 않는다. 아. 이런 행복이. 오후에 미궬과 아내는 낮잠을 자고, 난 혼자 이렇게 블로그 글을 쓴다. 대낮에 이렇게 편하게 글을 쓸 여유가 첫날부터 생길 줄은 1%도 예상 못했다.


6년여 만에 미국에 왔다. 그 사이 나도 아빠가 되었다 보니 예전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미궬의 집에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부러운 게 많았다. 왠만한건 집 안에 모든 게 다 있다고 보면 된다.

창밖으로 보이는 뒷뜰 놀이터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아랫집이 없다보니 집안에서 애들이 마음껏 뛰어 놀고, 딱지를 치고, 소리를 질러도 저~~~~언혀 문제 될 게 없었다. 이게 가장 부러웠다.
단, 노래를 틀거나 영화를 볼 때, 항상 볼륨이 어마어마해서 나와 내 아내는 알면서도 적응이 잘 안됐다. 또, 미국 가정이 다 그런지는 몰라도 쫌 수위가 쎈 콘텐츠도 쉽게 쉽게 보는 분위기였다. 오징어게임(이거 19금..) 을 그냥 틀어서 본다던지..싸우고 죽이는 게임이나 만화를 아이들도 쉽게 보는 것 같았다. 유별나게 우리 딸한테 눈을 가리고 그럴 마음까진 없지만, 어제까지 옥토넛 탐험대 만화영화에 나온 (내눈엔 귀엽게 생긴)악어를 보고 무섭다고 눈을 가리던 내 딸이 보기엔 너무 극단적으로 강도가 쎄지는 느낌이다.


오징어게임의 인기는 예상을 못했던건 아니지만 너무 폭발적이어서 따로 포스팅을 할까 생각 중이다.
내가 여기까지 와서 평생 안하던 딱지를 치고 있다 ㅋㅋㅋㅋ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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